저는 수학보다는 책읽기를 더 좋아하고, 책읽기보다는 무엇인가 만들기를 더 좋아합니다. 그러나 저는 수학시험도 좋아합니다. 시험을 보는 것은 그다지 별다를 일이 없는 매일의 평범한 일상에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하나의 수학시험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들어있습니다. 시험 전의 가벼운 긴장, 시험 시간에 몰입되는 집중감, 시험이 끝난 후의 개운함과 약간의 아쉬움, 결과 발표 후의 희비. 그 모든 것이 종합선물세트처럼 그렇게 세트 구성이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까지 실수를 안 한 시험이 단 한 번도 없고, 시험을 잘 본 적도 있고, 못 본 적도 많지만, 결과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이 저의 법칙입니다. 시험 결과가 좀 안 좋을 때도 변함없이 저는 다음 시험이 기다려집니다. 이건 마치 좋아하는 피구나 농구에서 게임에 질 때도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본질적으로 피구나 농구를 좋아하고, 여전히 다음 게임이 즐거운 것과 똑같습니다.

수학은 크게 보면 하나이겠지만 각각의 시험은 종류별로 조금씩 다 다릅니다. 그 미묘한 차이도 저는 즐겁습니다. 이 시험은 이래서 재미있고, 저 시험은 또 저래서 재미있고... 처음 보는 유형의 시험에서 아무런 정보 없이 시험장으로 들어가, 시험실 안에서 시험지를 처음 접했을 때의 흥분과 긴장된 설렘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것이 있어 육체의 고통을 잊고 자꾸 달리기에 빠져들게 된다고 합니다. 저에게는 아마도 테스티스 하이(testee's high)라는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을 정도로 시험을 보는 일은 짜릿합니다. 이것은 문제집의 틀린 답을 찾아내고 출판사에 연락을 하여 결국 출판본의 답을 고치는 그 과정을 제가 좋아하는 것과 통하는 면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까지 제가 출판사에 전화하여 답을 고친 일은 십 여 차례가 넘습니다. 작년에도 저는 KMC 기출문제 답안지에서 틀린 답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이럴 때 저는 보물찾기에서 마치 꼭꼭 숨겨놓은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기쁘고 흥분됩니다. 앞으로도 저는 매 시험의 결과와 상관없이 계속하여 새로운 도전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더 새로운 시험과 새로운 유형의 문제들을 기다릴 것입니다. 늘 언제나 농구와 피구 경기를 기다리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