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고등학생이어서 고등학생들의 삶이 얼마나 빠듯하고 힘겨운지 알고 있습니다. 제 주위에도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들 있죠. KMC에서 만들어준 이 좋은 기회를 통해 고등학생들 또는 특목고나 과학고, 영재고를 준비하고 있는 중학생들, 수학을 좋아하는 많은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일단 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수상수기에 나오는 단골멘트지만 물론 저도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좋아했었습니다. 가족과 여행가는 길에 보이는 자동차 번호판의 수를 더하고 곱해보기도 했고, 보드게임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는 주로 가족들과 캠핑, 등산을 가거나 친구들과 놀면서 지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말, 영재고 대비 학원을 처음 들어가, 처음 보는 어려운 수학문제나 이론을 접하고는 충격을 받기도 했고, 그런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친구들을 보며 공부를 늦게 시작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전까지 수학교과서나 서점의 문제집 정도 사서 가볍게 풀며 수학공부를 했던 나에게 한 번에 서너 시간씩 자리에 앉아 내가 몰랐던 수학이론으로 무장한 채 어려운 문제와 씨름하는 모습들은 제게는 전혀 딴 세상의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때 포기하지 않고 즐겁게 그 시간들을 헤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의 즐거운 경험들이 어려울 때 즐겁게 헤쳐 나갈 수 있는 긍정적인 성격의 나를 만들어주었고, 그것은 공부에 열중해야 할 시기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끔 성적을 올리기 위하여, 1등을 하기 위하여 밤새 수학문제나 학교공부와 씨름하며 책가방만 메고 학교나 학원을 의무감에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참 안타까웠습니다. 1등을 하기 위해 공부하면 절대 1등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는 나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더 뛰어난 사람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을 모두 내가 뛰어넘을 수는 없습니다. 여기 KMC의 문을 두드리고 제 수상수기를 읽어보는 분들은 모두 수학을 나름 잘 하는 분들일 것입니다. 그 실력에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더하여 ‘나’의 즐거움을 위해 수학공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중학교 2학년때인가 저는 KMC 시험을 딱 한 번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전에 나름 수학에 자신감이 있었기에 은근히 KMC에서도 높은 점수를 기대했었지만 결과는 무척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가 수학을 다른 사람 앞에서 상 받을 만큼 잘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상을 받기 위한 공부, 문제풀이보다는 정말 제가 알고 싶은 분야의 책을 찾아 읽고 문제를 풀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점수를 확인받을 필요가 없었으니 그 과정은 스트레스가 거의 없는, 오히려 지적 호기심이 채워지는 즐거운 공부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아무 기대 없이 가볍게 응시한 시험에서 뜻하지 않게 대상의 영광을 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대상이나 금상을 타려고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1등이나 합격, 불합격이 목표가 아니라 나의 즐거움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시작해 보십시오. 그리고 그것이 수학이라면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무척 기쁠 것입니다. 다만, 수학을 정복하려는 대상이 아니라 같이 노는 친구로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나의 수학공부에는 실패가 있을 수 없습니다. 남들의 기준에 맞추지 않아도 되니까요. 내가 시간날 때 나의 수준에 맞춰 기다려 주는 친구와 즐겁게 함께 한다면 어느 순간 내가 의식하기 전에 나의 실력도 함께 성장해 있을 것입니다.